Essay

季刊 『 詩와世界 』 2015年 가을號 揭載 (나는 누구인가)

김인숙로사 2016. 1. 22. 16:00

나는 누구인가 

 

김인숙

 

 

 

러시아워.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그 시간.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지하철 계단을 둥둥 떠서 올라가다보면

문득 작은 고독과 허무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수많은 이들 중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는 것일까?

이렇게 붐비는 광장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고독한 나는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크게 숨을 내 쉬고는 다시 생각해 본다.

고독한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바쁜 길을 재촉하고 있는 저들 역시

웃을 수 없는 무미건조한 시간을 걸어가고 있을 테니까.

결국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고독의 껍질을 깨는 것은

내 스스로가 짊어져야하는 운명.

우리는 모두 그런 운명을 등에 진채 오늘도 군중 속을 걸어가고 있다.

 

그 고독의 껍질이 깨지는 순간은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픈 상처의 틈새에서 시어를 끄집어내는 것

또한 시인이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다.

어쩌면 독하고, 어찌 보면 불쌍하기 그지없는 짓거리들. 

 

나는 오늘도 그런 시어에 묻은 내 상처의 흔적을 닦아내고 있다.

어쩌다 올려다본 하늘은 장마를 머금어 무겁기만 하다.

그리고 그 아래를 걸어가는 우리들의 거리는 회색이다.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고독들.

여전히 외로운 나, 그리고 사람들.

나는 오늘도 그들의 상처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季刊『 詩와世界 』2015年 가을號 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