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現代詩 』2013年6月號 揭載 ( 매직 쇼 / 번지점프 )
매직 쇼 외 1편
김인숙
환호는 밤으로부터 시작된다
매직 쇼로 깨어나는 빈들, 삽시간에 바뀌는 변검술, 돋아나는 수많은
손톱들이 어둠을 버무려 아침을 만드는 저 마술사의,
속내를 따라가는 눈초리들, 얼굴 없는 마술사의 손끝에서 속도가 피고진다
보자기 속 허공에서 구름이 뜨고 새가 날아간다 시간을 통과한 꽃망울이
허공을 움켜쥐면 마술의 1막이 넘어간다
계산된 몸짓이다 어느 것 하나 우연은 없다
한 잎의 비만도 견디지 못하는 몸짓의,
화려한 낙화의 시간, 흩어지는 바람의 꼬리들,
한 고비씩 넘는 이 꽃잎은 어떤 소리도 머금지 않아
끓어오른 무대 끝자락에서 허물어지려던 기대들이
초록의 장으로 다시 펼쳐진다
무대 위 매직 쇼로 다시 피는 계절, 누가 저 절정의 순간을
멈춰주었으면,
지치지 않는 마술사의 두 손에서 빈들이 기지개를 켜는
짧은 오늘로부터
번지점프
내 안은 온통 허방이다
로프를 타고 허공을 가른다
그 속에서 나는 가벼워진다
머릿속 티끌도 말끔히 지운다
로프는 바람과 함께
맘껏 출렁이고 꼬인다
시계추의 반동이 되살아나는 곳,
묶인 발목이 휘어지는 로프의 반경을 따라간다
날아다니는 습관을 버린다고 해도
추락을 모르는 로프,
머리로 걷는 걸음이 스릴을 동반한다
어느 순간
허공과 부딪친다면…
식어버린 가슴도 다시 뛰기 시작할 것이다
헝클어진 숱한 이야기를 감았다 풀어내며
두 손을 펴고 날아올라도
로프를 풀면
내 가슴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어디에서나
로프를 두르면 허공이 나를 받아 안고 무성해진다
역풍逆風을 가르는 속도로
허공 보다 먼저 내가 출렁이고
로프는 나의 무게로 다시 살아오른다
月刊『現代詩』2013年6月號 揭載